한때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부모 세대는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 직장을 잡고, 대출을 받고, 몇 년간 악착같이 모으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결국 자기 집 하나쯤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20~30대에게 “열심히 하면 집 살 수 있다”는 말은 현실 조언이 아니라 거의 정신론처럼 들린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느끼는 건 단순한 집값 부담이 아니다.
아예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었다는 감각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도 결국 같은 문제를 겪었다
일본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주거 사다리 시스템을 가진 나라 중 하나였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평생직장이 보장됐고, 은행은 장기 대출을 쉽게 내줬다. 사람들은 임대주택에서 시작해 점점 더 좋은 집으로 이동하며 결국 자가를 마련했다.
문제는 그 시스템이 “종신고용”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사회도 바뀌었다.
- 평생직장이 무너지고
- 이직이 많아지고
- 사람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도쿄와 오사카의 집들은 대부분 자가 중심으로 굳어져 있었다.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기존 집주인들은 떠나지 않았다.
매물은 잠기고, 임대 공급은 부족해졌고, 결국 대도시 집값은 계속 올라갔다.
즉 일본은 “모두가 집을 갖는 사회”를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구조가 다음 세대의 진입을 막아버린 셈이다.
대만은 더 극단적이다
대만의 자가 보유율은 80%를 넘는다.
처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사회처럼 보인다. 대부분 자기 집에 살고 있으니 안정적인 구조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집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정치권도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쉽게 못 건드린다.
- 보유세는 매우 낮고
- 거래세도 낮고
- 재건축 규제는 강하고
- 공급 확대도 적극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유권자 대부분이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새롭게 도시로 들어오려는 청년 세대는 점점 더 비싼 집값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일부 고소득 산업 종사자만 대도시에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반도체 산업 성장 이후 집값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TSMC 같은 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밀려났다.
한국도 이미 비슷한 길 위에 있다
사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핵심 지역은 이미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졌고,
- 재건축은 갈등이 심하고
- 공급은 느리고
- 기존 자산 보유자와 신규 진입자 사이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많은 사람들이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감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평범한 월급만으로는 서울 핵심 지역 집값을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건 단순히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세대 문제이고,
도시 문제이며,
정치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무서운 건 ‘희망 구조’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버틴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믿음이 사회를 유지시킨다.
그런데 집이라는 영역에서 그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사회 전체 분위기도 달라진다.
- 결혼이 늦어지고
- 출산이 줄고
- 소비가 위축되고
- 세대 갈등은 심해진다.
결국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와 연결된다.
그래서 더 어려운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대로 집값이 갑자기 크게 떨어져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단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인생 전체 자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 집값이 오르면 청년 세대가 무너지고
- 집값이 급락하면 기존 세대가 흔들린다.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처음 겪는 시대에 들어왔다
어쩌면 지금의 20~30대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실하게 일해도 대도시에서 집을 갖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첫 세대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중요한 건 단순히 “집값이 오르냐 내리냐”가 아니다.
앞으로의 사회가 이 거대한 세대 균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