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말,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임대차 3법'이 어느덧 시행 5년을 맞았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 이 법은 우리 임대차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당초 기대와는 다른 부작용이 속출하며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 5년간 임대차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주요 현상을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현상 1: 전세의 종말과 월세 시대의 개막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세의 급격한 소멸과 월세 시장의 확대입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 월세 비중의 역전: 법 시행 전 40% 미만이던 월세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24년에는 5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보편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로 자리 잡은 셈이죠.
  • 임대인의 월세 선호 심화: 임대인 입장에서는 4년간 임대료 인상이 5%로 묶이고, 원하는 시기에 집을 비우기 어려워진 전세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대신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전세보증금으로 얻는 이자 수익보다 월세 수익이 더 높다는 계산도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전세의 월세화'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현상 2: 하나의 시장, 두 개의 가격 '이중가격'의 고착화

임대차 3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이중가격' 구조가 꼽힙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라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가격 차이가 수억 원씩 벌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신규 계약 가격의 폭등: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집주인들은 4년간의 임대료 인상 제한에 대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 내놓는 매물의 가격을 대폭 올렸습니다.
  • 신규 임차인의 고통 가중: 이로 인해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지방에서 상경한 청년 등 신규 임차인들은 폭등한 가격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 세입자만 과도하게 보호하고, 새로운 시장 진입자에게는 높은 장벽을 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 '2+2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마다 시장에 풀리는 매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현상 3: 사라진 전세 매물과 높아진 진입 장벽

임차인을 보호하려던 법의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지는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 매물 잠김 현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기존 계약이 2년 연장되면서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들이 그대로 묶여버렸습니다. 이는 전세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 아파트 쏠림과 '깡통전세' 위험: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이후 급등한 전셋값으로 계약한 일부 아파트들은 집값 하락 시기에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체결된 높은 가격의 신규 계약들이 집값 하락과 맞물리며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결론적으로, 지난 5년간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높이겠다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전세 시장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신규 임차인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등 시장 왜곡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만 늘렸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시장 원리에 부합하면서도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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